북한 주민들의 빈곤을 이야기해야 할 때

-2010북한인권발전엔진을 준비하며


북한이 떠들석하다. 한국의 몇몇 북한 관련 NGO들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은 지난 11 30일에 강행된 화폐개혁의 여파가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음을 생생히 전해 온다. 물가는 예전보다 올랐고, 정부에서의 충분한 물자 공급 없이 시장 경제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요즘에 인터넷에 북한이라고 치면 10개가 넘는 북한 뉴스 검색 사이트들을 찾을 수 있다. 그 중에는 북한에서 한국으로 온 사람들이 중심이 돼서 하는 방송국도 있고, 학생 운동의 경험이 풍부한 한국 386세대들이 모여 만든 기관의 신문도 있다. 또한 미국의 국비로 운영되는 뉴스 사이트도 검색된다.


 

<북한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자주 업데이트 하는 다양한 사이트들>

 

이러한 사이트를 매일매일 들여다보면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일부는 확실히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로서, 이미 정보의 홍수 상태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는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아무리 한국의 전문가라고 해도 한국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알 수는 없듯이, 이제는 북한 전문가들 조차도 정보의 홍수에 떠밀려가는 분위기이다. 이처럼 수많은 기관들의 노력으로 북한 내부 상황은 조금씩 외부에 알려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느껴지리라 생각된다. 이유는 단지 북한의 빈곤을 이야기해보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북한을 제대로 알 수 있고, 또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보인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먼저 근래 북한 내부 사회의 변화를 알 필요가 있다. 언론 보도에서도 가끔 나오지만 가장 큰 변화란 역시 2000대에 들어서 가속화된 시장화이다. 장마당이라고 불리우는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형성된 시장에서의 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원래 북한 경제는 계획경제와 배급이 특징이었는데 90년대 이후 물자의 부족으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지되었고, 거기에 출근하는 사람도 월급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만약 월급을 받는다 해도 그것은 시장에서 쌀 몇 킬로를 사기에도 충분치 않은 돈이기 때문에, 결국 배급이 충분히 나오는 직업군과 일부 간부들을 제외하고는 장마당에서 장사를 해야 살아갈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평양의 공설시장. 공설시장이랑 시장세를 내고 장사를 허용하는 공식적인 시장이다>

 

이제 북한은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사회가 되었다. 병원의 진료비는 여전히 무료라지만 치료를 받으려면 약을 장마당에서 직접 구해오고, 의사들의 먹을 거리를 해결해줘야 가능하다. 학교 교육도 흔히 세외부담이라고 불리 우는 학교에 바치는 돈이나 물건(토끼 가죽 등)이 충분해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배급을 받지 못하는 많은 서민들은 하루 먹고 사는 돈을 시장에서 구하고, 그 돈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하루살이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정부는 시장에 대한 통제를 날로 강화시키고 있다. 자꾸 정부의 통제 밖의 암 경제가 형성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의나 반발을 일절 하지 못한다. 물론 북한에도 그런 시스템이 극히 일부 존재하지만(당조직 내에 의견을 위로 올리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일반 서민들의 생각이 그대로 전달될 일은 거의 없으며, 무엇보다 그런 행위에는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해야 하는 큰 위험이 늘 따라 다닌다.

 

빈곤은 단지 물자의 부족을 나타내는 것뿐 아니라 그 상황을 사람들이 스스로 개선하지 못하는 상태도 함께 가리키며, 이 두 가지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가 말하는 빈곤의 최신 정의이다. 여기서 사람들이라 함은 북한 주민들은 물론 정책을 실행하는 정권 내부 사람들도 포함된다. 정권 내부의 의사소통의 문제, 리스크 관리의 문제, 역량의 문제 등등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지원된 쌀을 배분하는 모습>

 

빈곤에 대한 이러한 폭 넓은 시각이 2010년을 곧 맞이할 지금, 우리가 북한 주민들의 삶의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마지막 힌트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방향성을 제공해준다.

 

① 북한 사회를 새롭게 분석할 도구가 필요하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으나, 여러 권리들 간의 상호연관성에 주목을 하고 이를 정면으로부터 풀려는 접근은 거의 전무하다.

   -이러한 접근는 국제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빈곤의 정의가 북한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인식의 공유를 가능하게 해준다. 그래야 그 동안 국제사회에서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 접근 방법들(: 개발협력 또는 빈곤감소에 있어서의 인권적 접근)의 북한 적용 타당성을 검토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앞으로 수십년 동안 이어질 북한 주민들의 삶의 변화 과정에 있어서도 중요한 실마리와 로드맵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② 새로운 협력의 요구성이 높아진다

   -현재의 제한된 북한 관련 정보를 가지고 위와 같은 분석을 한 개인이나 특정 기관이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에서 직접 지원사업을 하는 사람들, 이론에 능통한 사람들, 과거 북한에 살다온 사람들을 포함한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분석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방식의 폭 넓은 협력은 앞으로 북한 주민들의 빈곤 개선 움직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만 할 것이다.

 

 

BASPIA에서 번역, 발간한 유엔에서 만든 책

<인권에 기반한 개발협력에 대해 자주 물어보는 질문들>도 유용하다.

 

바로 이 두 가지가 앞으로의 BASPIA의 북한 관련 활동방향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극적 기근과 그로 인해 생겨난 변화들을 주목한지 거의 15년이 돼가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삶의 개선은 멀어보이기만 한다. 기존의 노력들에 더해서, ‘빈곤을 키워드로 하는 새로운 접근이 시급할 때다. 이것이 BASPIA가 다가오는2010년에 북한인권기반발전엔진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출범시키고자 하는 이유이다.

 

글쓴이: BASPIA 공동대표 서대교 (seo@baspia.org)


Posted by BASPIA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작성자] 서대교

요 며칠 재일교포 모드로 지내고 있습니다. 주말에 영화 <우리학교>를 봐서 그러죠. 영화를 본 감상은 며칠 내로 올리도록 하고요,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사무실을 와보니 책상 위에 떡이 있었습니다. 아주 맛있어 보이더라고요. 물어보니까 일본 네트워킹 담당으로 일하시는 공윤선씨가 가져다주셨다고 하네요^^ 배가 고팠던 관계로 보자마자 먹었더니 이게 정말 마싯소요~(아유미 풍)

오후에 잠깐 윤선씨랑 이야기를 하면서 떡은 사신 거냐고 물어봤더니, 할머님이 손수 만드신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제 할머님(우리는 할매도 아니라 한매라고 불렀습니다) 생각이 나더라고요.

저는 군마현에 신마찌라는 조그만 동네서 자랐는데,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저희 큰 집에서는 떡이나 김치를 파난 장사를 했었습니다. 저희 집은 친척들이 다 가까이에 모여 살았던 관계로, 자주 놀러갔었는데 덕분에 갈 때마다 떡을 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윤선씨 할머님 떡은 두 종류. 무자게 맛이 있었습니다^^

언제 가도 떡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래떡, 송편, 등등 많았는데, 백미는 기계에서 가래떡이 나오는데, 그걸 가위로 짤라 곧바로 설탕에 찍어먹는 것이었습니다. 음..정말 맛있었는데. 또 연말이면 떡국 떡 주문이 폭주해서 제 어머니부터 시작해서 모든 며느리들이 큰 집에 모아서 다 같이 모여 않자 떡을 칼로 자르긴 했었죠...

제가 정말 지금도 한 점의 혼란 없이 재일교포로서 한국에서 살고 있을 수 있는 게, 이런 추억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볼때, 제 고향은 경상남도가 아니라 일본 군마현이라고 보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싶은데..

제 책상 위에는 오직 할머님 사진 만이 있습니다. 이제는 돌아가셔서 안 계시는 할머니, 아니 한매지만 떡을 먹을 때마다 생각이 나네요.


열심히 살아야죠..^^
Posted by BASPIA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공내

    '열심히 살아야죠' 라는 말이 왠지.. 기특하게 들리네요..ㅎㅎ

    2007.04.25 16:42 [ ADDR : EDIT/ DEL : REPLY ]
  2. 윤선

    사실..저희할머니께서 싸주실때도 '이런거 사무실 분들이 드실래나..'조금 걱정하면서 조심조심 내놓았는데 이 글을 보니까 너무 기쁘네요^^ 요즘들어 새삼스레 느끼는 거지만..할머니들의 사랑은 할아버지나 이모들, 다른 친척분들의 사랑에 비해서 뭔가 특별한 게 있는게 같아요.. 이거 프린트 해서 저희 할머니 보여드려야겠어요^^ 그럼 할머니는 너무 좋으셔서 앞으로 소박하지만 양은 푸짐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주실꺼예요^^

    2007.04.25 22:30 [ ADDR : EDIT/ DEL : REPLY ]
  3. hojai

    우리 학교 리뷰좀 부탁드려요

    2007.04.27 13:56 [ ADDR : EDIT/ DEL : REPLY ]
  4. 비밀댓글입니다

    2007.07.18 13:33 [ ADDR : EDIT/ DEL : REPLY ]

[작성자] 서대교

봄,봄,봄...으흠, 봄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일요일, 영화 훌러걸스를 보고 왔는데요, 이것이 왜 재일교포 이야기와 관련이 되는지 아시겠죠? 그렇죠, 이 작품을 찍은 이상일 감독은 재일교포고, 제작과 배급은 맡은 시네카논 사장도 재일교포랍니다. 이 영화, 주변에서 하도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듣다가 이제 보게 되었는데....참 좋네요^^  눈물과 웃음의 반복이 만족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역시 작품보다 감독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를 찍는 이상일 감독의 마음이랄까, 시선을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고 있었단 말이죠. 제가 재일교포라서 그런다기 보다는, 이상일 이라는 사람에 제가 더 관심이 가서 그런 것인데요, 그 계기는 2001년에 그와 나눈 대화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재일교포 영화감독'을 넘어 '실력파 영화감독'으로의 길을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고 있는 이상일 감독. 1974년생이랍니다.

당시 일본의 어떤 신문사에서 "재일교포 3세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요즘 3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약간 기존의 길과 다른 길로 가는 사람들을 4명인가 모아서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까 한번 보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참석자 4명 중 한 명이 저, 서대교였고 또 한 명이 이상일 감독이었습니다.

2001년이면 저는 한국 유학생활 2년째, 당시 이상일 감독은 <청>이라는 영화로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영화감독 신인상을 수상한 상태였습니다. 좌담회는 "재일교포 3세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자리에서 그는 인상 깊은 한마디를 던지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뉴타입(new type)' 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에서 전설적인 인기를 모으는 애니매이션 기동전사 건담. 오른 쪽은 주인공인 '뉴타입' 아무로 레이.

일본의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을 보신 적이 있는 분이면 아시겠습니다만 '뉴타입'이란, 말그대로 기존의 인간과는 다른 능력을 가지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타인의 감정을 보통 사람보다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이 아주 예리한 사람으로 묘사되곤 했는데, 이상일 감독은 좌담회에서 이 말을 "새로운 재일교포"의 비유로 썼습니다.

그것은 바로 "재일교포를 넘는 사람"으로서의 '뉴타입'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의 주장을 이랬습니다.

"재일교포, 재일교포라고 맨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늘 재일교포이다. 그들 스스로가 재일교포라는 태두리를 만들면서 그 속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오직 실력만이 인정받는 예술의 길을 지금도 가고 있는데, 오늘 <훌라걸스>를 보면서 정말 그 때의 말에 충실히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제가 2005년에 그에게 매일을 보내본 적이 있는데, 당시 저는 탈북여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중국을 다니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짧은 이메일을 주고 받았는데 그 마지막 문장도 역시 "서로 얼른 뉴타입이 되자고"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인적으로 오늘은 '뉴타입'이란 말을 생각하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아아 뉴타입이란 특별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구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특별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보편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렇죠, 모든 사람들이 살면서 한번쯤은 꼭 흘려본 적이 있는 '땀과 눈물'을 통해서 그는 뉴타입을 말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과 그 주변 사람들이 흘리는 땀과 눈물. 아마도 세상에서 태어나서 한번도 '땀과 눈물'을 흘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것을 이루어내려고, 아니면 어떤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벗어나고 싶어서 눈물과 땀을 흘리지 않은 사람 또한 없는 것  같습니다. 이건, 제가 혼자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이상일 감독은 적어도 '산다'는 것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있단 생각이 들었단 말입니다. 물론 '재일교포가 산다'가 아닌 '인간이 산다'는 시각에서 말이죠.

이상일 감독,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서로 좀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BASPIA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저도 보고 싶은 영화에요. 서 대표와 인연이 있다는 게 참 놀랍군요.

    2007.03.26 21:49 [ ADDR : EDIT/ DEL : REPLY ]
    • 서대교

      안녕하세요^^ 인연이 있었다지만 요즘에는 전혀 소식이 없어요. 이상일 감독이 작년 부산에 왔을 때도 연락해봤는데 영...ㅋ 또 만날 일이 오겠죠 ㅎ 영화 보세요~!

      2007.03.27 11:22 [ ADDR : EDIT/ DEL ]
  2. 이혜영

    꼭 보세요. 저도 강추입니다!!^^

    2007.03.27 09:5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