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 너머의 전략을 보다



A:
실무자들은 모금을 왜 하는지 그 목적을 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B: 조직내부에도 모금의 적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반문하죠..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C: 조직운영 및 모금담당을 불쌍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죠.

D: 시민사회 모금은 캠페인과 대부분 연결되지만, 모금행사 자체는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무자들이 모금에 대해서 털어놓은 솔직한 이야기 입니다.

큰 단체, 작은 단체, 서울지역 단체, 지방 단체 등 다채로운 단체 9곳의 모금을 담당하는, 혹은 담당자가 없을 경우 모금관련 일을 많이 하는 단체 실무자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한국에 잘 맞는 모금을 할 수 있을까에 답하기 전 내린 현실 진단의 일부죠.

저도 이분들과 함께 아름다운 재단이 주최한 2회 비영리 컨퍼런스- 희망적 모금해법 바로 여기에!’ 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며, 3개월 동안 모금이 무엇이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함께 고민했습니다.

답을 얻었냐고요? 글쎄요, ‘모금의 정답을 찾진 못했지만 모금이 무엇인지 어디로 가야 해법을 찾을 수 있는지 그 이정표 정도는 발견한 것 같습니다.

모금에 대한 실마리라도 잡고 싶으신 누군가를 위해 저의 작은 깨달음을 나누고자 몇 자 적어봅니다.

 

모금의 편견 SIDE A: 내부의 빨간 신호등

모금은 어렵다’, 혹은 막막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타인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다들 그런 부담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똑 같은 생각을 갖고 있던 저 역시 기획위원들의 회의를 통해 모금이 단순히 나의 개인적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깨달음은 단체 곳곳에 퍼져있는 오해들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모금이 담당자 개인의 문제라는 단체내부의 오해는 담당 실무자의 어깨를 짓누릅니다. 하지만 모금은 발 넓고 얼굴 두꺼운 한 사람이 희생해서 올리는 성과물이 아닙니다. 모금활동으로 얻어진 자원은 단체의 운영과 각종 사업에 쓰이기 때문에 사실은 단체 모두가 책임을 갖고 있는 일이죠. 그러나 모금=담당자 책임 이라는 등식이 만연하기 때문에 조직 내부에서는 모금업무를 맡은 사람들에 대해 안됐네, 힘들겠네등의 시선을 바라보게 됩니다.

거기에 모금을 다른 사업보다 우선순위에서 미뤄두는 자세 또한 역시 모금에 대한 오해를 키우는 일입니다. 사실 사업이 잘 될 경우, 단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모금이 자연스레 잘 될 수도 있지만, 모금이 잘 되야 단체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실무자도 더 나은 성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바쁜 일이 얼마나 많은데 모금을 위해)그런 것까지 해야 해?”라는 말은 모금의 중요성을 간과한 발언인 것이죠. 혹시 여러분도 모금담당자를 향해 이런 시선을 보내거나 시큰둥한 반문을 하진 않으셨나요?

 

모금의 편견 SIDE B: “한국사람들은 밥도 잘 사고 술도 잘사는데, 회비는 안냅니다.”

오랜 기간 NGO활동을 하고 계신 어느 단체 사무총장님이 한 강연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이 같은 기부자의 의식때문에 모금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많이 나오곤 합니다.

제 자신을 돌아봐도 그렇습니다. 친구들과도 내가 밥을 살 테니 네가 영화를 보여줘라고 할 때가 대부분일 만큼, 지불 차이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라면 기꺼이 약간의 돈을 더 부담할 의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거리에서 후원을 요청하면 눈을 마주치지 말아야지……’라며 종종걸음으로 걸어갈 때가 많죠.

제 친구를 위한 몇 천원의 돈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좋은 일에 쓰일 한달 만원의 돈에는 왜 이리 망설여 지는 저와 비슷한 많은 사람들을 보며 NGO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기부문화가 성숙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앞서 혹시, 우리(NGO)안에 기부를 막는 요소는 없을까요?

성공적 컨퍼런스를 준비하기 위한 기획회의에서 여러 논의를 거치면서 나온 또 다른 현상 진단 중 하나는 많은 NGO들이 모금을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첫 번째가 소통입니다. 우리단체의 비전은 정말 중요한 가치를 품고 있고, 단체 사업은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우리만의 언어로 말합니다. 기부자를 이해시키기 보다는 우리의 만족감이 더 높아 질수록 모금의 벽은 더 높아집니다.

두 번째는 투명성입니다. 내 친구에게 쓰는 몇 천원의 돈은 친구와의 우정을 더 돈독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돈을 써서 내가 원하는 만족감이나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기부는 어떤가요? 개인이 바로 지출에 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행위가 아닙니다. 나에게 바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선뜻 믿고 돈을 낼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투명성으로 신뢰를 얻어야 하지만 작은 단체일수록 회계 전문가가 없는 경우가 많아 투명성을 입증할 준비가 안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사실, 모금은 돈을 모으는 행위이지만 더 크게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행위 입니다. 결국 자발적으로 지갑을 열게 하는 동기를 불어넣어주는 과정 인 것이죠. 그래서 모금사업에는 단체의 비전이 정확하게 녹아 있어야 하고 이를 보다 쉽고 명확하게 잠재적 기부자에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기부자의 신뢰를 얻는 소통능력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 없이 우리를 몰라주는 사람들을 원망하거나 기부문화가 발전하지 않아서, 기부자들이 의심이 많아서라고 너무 빨리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부를 하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지만,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깔아주는 것은 바로 우리들 NGO 이니까요

 

모금은 돈이다? 모금은 전략이다!


사진설명: 아름다운 재단의 비영리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는 기획위원들의 모습, 출처: 아름다운재단

모금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 준비에 함께 하면서 얻은 소득은 내가 가진 모금에 대한 공포, 모금을 둘러싼 편견들을 깨뜨릴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금이 돈을 넘어선 전략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컨퍼런스에서는 모금을 전략으로 보고 타 단체와 차별화를 함으로써 성공한 많은 단체를 만났습니다. 충북지역의 복지문제를 다루는 행동하는 복지연합’(이하 행복연)도 그중 한 단체 입니다. 2005년에 설립된 행복연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는 6월의 창립기념 일호프입니다. 그러나 매해 다른 아이템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1회 행사 타이틀은 맨발의 행복연-1년의 마음으로 살아가기였고, 2주년은 거침없이 행복킥-도약합시다등 재미있고 친숙하게 다가갔습니다. 여기에 넘처나는 인심과 단체운영의 투명성은 기본입니다. 그래서 매년 평균 500-600명 정도가 참석하는 성공적인 행사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모금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 사람들과의 친화력 등 개인적 능력이 필요한 분야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단체와 주변의 기부자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 내가 만나야할 소비자를 면밀히 분석하는 기업과 같은 마케팅 전략이 기본이 된다면, 모금은 실무자를 괴롭히는 무거운 짐이 아니라 단체 모두가 합심하여 넘어설 수 있는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 입니다.

이것이 제가 얻은 짧은 깨달음 입니다.

혼자 고민하시는 실무자 여러분, 우리단체의 모금 담당자를 탐탁히 여기지 않았던 NGO 대표라면, 한번쯤 자신의 모금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보세요.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작성자: 양은선 캠페인 팀장(esyang@basp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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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 행사2007.09.0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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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이혜영]

'세상을 바꾸는 두 개의 심장' ... 정말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기막힌 카피라이트인 것 같습니다.

바로 이달 12-13일에 아름다운재단 주최로 열리게 될 제 1회 비영리 컨퍼런스(Non-profit Conference)의 주제입니다.

BASPIA와는 무슨 상관이냐구요? 일단, 이번 컨퍼런스를 준비하기 위해 구성된 10개 시민단체 활동가들로 이루어진 기획위원단 중에, BASPIA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하나 있구요. 그 다음으로는, 비영리 - 즉,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나, 돈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 라는 차원에서 볼때, BASPIA에게도 역시 '지속가능성과 소통'을 위한 돈 문제가 절대절명의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점이 있겠죠.

"제 1회"라는 점에서 눈치를 채시겠지만, 이제서야 비로소 한국 시민 사회가 그 동안 터부시해온 '돈' 얘기를, 그리고 '돈' 너머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나 봅니다. 반가운 일이고, 속 시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명분이 옳으면, 수단(자원)은 따라올 것이다'라는 한 유명한 사람의 말속에는, 사실 한가지 빠져 있던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얻어야 할 것이 아닐까 합니다.

컨퍼런스 참가자 신청은 이미 마감이 됐다고 하네요. 그래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행사에 참가하고 돌아와서, 저도 배운 것을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http://nonprofit-conference.org/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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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돈 문제는 정말 중요하죠. 꼭 가보고 싶었던 행사였습니다. ^^

    2007.10.29 14:47 [ ADDR : EDIT/ DEL : REPLY ]

아는 것이 힘2006.10.29 21:36

[작성: 이혜영]

새로운 한주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얼마 남지 않은 주말의 여유를 이용해 '돈'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한국도 요즘은 '기부'란 말이 그리 낯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업들의 사회 공헌도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그렇다면 세계 경제 11위권의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NGO들은 과연 안녕하실까요?

지난 8월 미국에서 열린 한 회의의 주제는 '변화를 위한 모금(Raising Change)' 이었다. (회의 관련 내용 보기)

아쉽게도 대부분의 한국 시민사회단체들 또는 NGO로 불리는 영역은 심각한 수준의 재정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것이 거의 만성화되다시피 해서,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스스로도 그것을 어쩌면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더욱 걱정스럽습니다.

3-4년전 쯤, 한국의 한 비교적 잘 나가는 환경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저와 나이도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 분이고 그 분 역시 재충전을 위한 진로 모색을 하고 있는 걸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그 단체에서 일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현재 받고 계신 보수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거나 문제제기를 하는 분이 안계시냐고요. 돌아온 대답은 참으로 의외였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마음 놓고 꺼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스스로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그 당시 대졸자로서 그 단체에서 수년간 상근자로 일해오던 이 분이 받는 보수는 60만원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뒤에 다시 이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단체에 있던 젊은 인재들이 고민 끝에 단체를 떠나고 있다면서, 그들의 역량강화나 안정적 활동을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이 문제라고 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단체의 재정 구조나 정당한 보수에 대한 논의가 내부적으로도 터부시 되는 것이 아직 한국 NGO의 현실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그 중 세가지를 꼽아 보자면...

1) 과거 민주화 운동의 계승 차원에서 형성된 시민사회의 투쟁적 분위기와 자기 희생의 요구,
2) 급속도의 경제 성장과 절차적 민주주의 달성 과정에서 인권교육이나 시민교육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는 기부문화의 부재,
3) 지정학적인 특성상 지역 또는 국제 사회와의 직접적인 접촉과 교류가 제한된 상태로 국내 이슈들에만 전념하면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조직이, 원하는 만큼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는 일은 어느 곳에서나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반드시 비영리 단체가 재정적 자원을 확보하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점입니다. 그리고 그 합의에 기초해서, 비영리 단체들은 사회를 바꾸어 나가기 위한 자신들의 활동의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 - '활동가'들이라고도 부르죠 - 이 전문성과 책임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 - 이것이 사회 전체의 이익이 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한국 국내에서 '기부'를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속으로 끌어 들이는 데 큰 공헌을 한 '아름다운재단'에서 주관한 워크샵이 있었습니다. 꼭 참석하고 싶었으나 일정 문제로 참석을 하지는 못했는데, 바로 미국 풀뿌리 모금 저널(Grassroots Fundraising Journal)의 킴 클레인 대표(사진 오른쪽)와 헬렌 김 이사(왼쪽)를 초청 강사로 초빙해 개최한 Fundraising 관련 워크샵이었습니다.

Grassroots Fundraising Journal을 만들고 컨설턴트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한국에서 열린 Fundraising 관련 워크샵에 참가한 Kim Klein(우) 그리고 Helen Kim(좌)                                       사진출처: 시민의 신문

이번 워크샵에 관한 기사가 <시민의신문 제 672호> '목적가진 기부문화 창출해야' 인터뷰 기사로 실려서 유심히 살펴 보았습니다. 그 내용 중 Kim Klein씨가 인터뷰 중 얘기했다는 중요한 대목들을 몇개 집어 보자면...

“NGO들이 겪는 애로사항은 한국 뿐 아니라 여러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NGO의 역할에 대해 중요하지 않다고 보지 않습니다. 풀뿌리 모금 없이 건강한 시민운동을 벌인 순 없습니다. 그래서 사실 중요한 평가인데, 여러분 단체에 대한 기부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신들이 하는 일에 옳은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풀뿌리 단체들의 모금을 종교단체의 그 것과 비교할 순 없습니다. 그 대신 풀뿌리 단체에 한사람이 모금을 한다면 그 사람을 통해 또 다른 모금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확보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 NGO의 역사가 길고 체계화됐지만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모금을 기업에 너무 의지한 경향이 있었다는 겁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풀뿌리 문화와 멀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단체의 일을 지지하는 사람과 혜택받는 사람이 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기업에 치우치며 그 기업의 사명에 따라가게 됩니다. 한국은 짧은 역사 속에서도 시민운동이 빨리 정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례를 참조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 하나 새겨들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풀뿌리 모금 없이 건강한 시민운동을 벌일 순없'을 뿐 아니라, 어떤 단체에 대한 '기부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신들이 하는 일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 봐야'하는 평가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은 '시민 없는 시민 운동'이란 비판을 받는 한국 시민사회단체 모두가 뼈아프게 곱씹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히 집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세가지 제약들과도 관련이 있는 것인데, 앞으로의 한국의 시민사회 운동은 민주화 투쟁의 경험을 넘어서야 하고, 시민들에게 '목적있는 기부'가 가능하게 하는 폭넓은 교육 활동을 전개해야 하며, 국내적 관심사를 국제적 흐름과 적극 연결시키기 위한 보편성과 전문성을 획득해야한다는 것입니다.

BASPIA를 포함한 국내 NGO들이라면 이러한 기대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자기 반성과 과감한 변신을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부응하여, 한국 시민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저 자신을 포함해서) 불과 15년 전과도 비교하기 힘들만큼 복잡하고 상호의존적이 된 세상에서, 많은 어려운 문제들과 씨름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NGO들에게 더 높은 도덕성, 책임성, 전문성을 요구함과 동시에, 그것이 가능하려면 최소한 무엇이 필요한지 대해 정직한 물음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이러한 면에서 부족한 것이 많은 BASPIA이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첫 단계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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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2006.10.14 11:57
[작성: 이혜영]

지난 금요일에는 여러가지 일들이 겹치는 바람에 사무국 소식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요 며칠 사이에 있었던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을 꼽자면,

우선 모니터링부 부장 수형씨가 태국으로 약 2주간 출장을 떠난 일, 아름다운 재단과의 접촉이 이루어진 일, 그리고 주말로 넘어가는 금요일 밤에 올해 상반기에 열렸던 BASPIA의 <인권과 개발의 조화> 세미나에 참가했던 월드비전, 경실련, 아시아인권센터의 젊은 활동가 몇 분과 재충전을 위한 오붓한 저녁 식사 모임을 가졌던 것이 있습니다.

북한의 핵 실험과 UN 대북 제재 결의안 만장 일치 채택이라는 앞길을 예상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예의주시를 하면서, 오늘은 '빈곤 퇴치'라는 큰 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 가지 흥미로운 시도에 대해 소개를 해 볼까 합니다. 이는 앞으로 BASPIA가 펼치게 될 활동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문제이니까요.


세계적인 인기 락밴드 U2의 보컬 Bono와 John F. Kenndy의 조카인 Bobby Shriver를 포함해 유럽과 미국의 대형 Celebrities들이 벌이고 있는 캠페인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Bono는 1985년 이티오피아를 직접 방문해 아프리카의 기아 참상을 목격한 이후로,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처럼 부유한 국가들이 더 많은 원조를 해야하며 부채를 탕감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오고 있죠. 최근에는 아프리카의 심각한 AIDS 문제와 단지 약을 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예방 또는 치료가 가능한 질병들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AIDS 환자들의 치료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Product Red 라는 캠페인을 런칭한 것입니다.

Red는 빨강색 답게 긴급성(emergency)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고, "Empowe(red)," "Inspi(red)," Uncenso(red)" 등의 문구들의 마지막 공통 세글자 red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함.

이번 캠페인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위에 보시다시피 Motorola, Apple, Gap, Giorgio Armani, Converse, American Express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 회사들이 그것도 자신들의 최고의 히트 상품들을 Product Red 캠페인에 내 준 것입니다. "Sounds Good. Does Good. (사운드도 좋고, 좋은 일도 하고)"나 "Where Desire Meets Virtue (욕망이 선행과 만날 때)"와 같이 이런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구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브랜드 기업들의 수익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도 높여 주는 win-win 전략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모아진 돈은 UN내 AIDS 퇴치를 위한 기금인 Global Fund에 보내져서, 수익의 50%가 아프리카의 AIDS에 감염된 여성과 아동들을 위해 쓰여진다고 합니다. 올해 초 시작된 이 캠페인을 통해 영국에서만 $10 million (한국돈 100억 원)가 모아졌다고 해요. 이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앞으로는 매년 최소 $500 million (한국돈 5,000억 원) 정도가 모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합니다.

요즘 한참 미국 방송을 타면서 (요 며칠 새 오프라 윈프리쇼, 래리 킹 토크 쇼에 출연했더군요), U2의 Bono가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Not everyone has the time to be an activist or put on marching boots... when you buy a Red product, the company gives money to buy pills that will keep someone in Africa alive. We have these drugs. They are not that expensive."

"모든 사람들이 활동가가 되거나 거리의 투사로 나설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Red 상품을 사면, 그 회사가 아프리카의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약을 살 돈을 주는 것이죠. 우리는 이러한 약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닙니다."

또 이런 말도 했더군요.

"Sustainability is the key word here," says Bono. "The reason why we're not calling it charity and we're describing it as a new business model is that Red companies will make some profit. Not as much as they would usually. But, we want them to prosper because it's a long term fight with this illness. We don't want to just put out some T-shirts and jeans and Motorola phones and Apple iPods for a year, get people on the drugs and then not continue with their treatment. Great brands always have an emotional component. We think we bring that with our brand to theirs."

"여기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핵심입니다. 우리가 이것을 자선(charity)이라고 부르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보는 것은 Red 기업들도 어느 정도 이득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수준만큼은 아니겠지만요. 그렇지만 우리는 그들도 잘되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이 질병과의 싸움은 장기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티셔츠와 청바지, 모토롤라 핸드폰, 애플 iPods를 일년 정도 팔아서 사람들에게 약을 제공한 다음에, 그들이 계속해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습니다. 위대한 브랜드들은 항상 감정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브랜드에 있는 그것을 그들의 것에 더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캠페인이 저 자신과도 그리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요새 쓰는 핸드폰이 하필 모토롤라 Razr이기도 하고, 최근 iPod를 하나 구입하려고 열심히 "쇼핑" 중이었거든요. 그 만큼 전 세계에 파급효과가 큰 브랜드 회사들이 이 캠페인에 동참함으로써, 이러한 물건들을 소유하거나 구매를 하려고 탐색 중이거나, 심지어 상품 자체엔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들마저도 아프리카의 빈곤이나 AIDS 문제에 자신들이 뭔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모금'이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이들이 얘기하듯이 사람들에게 이러한 문제들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분명 매우 기발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상 유명 스타들이 좋은 명분을 위해 모금 행사를 열어 돈을 쓸어 담거나, 기업들이 사회공헌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형태의 기부를 하는 일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죠. 이번 캠페인은 그러한 일회적 행사와는 분명 차이점이 있어 보입니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소비가 사람들의 취향, 가치 나아가 정체성을 형성하고 드러내는 이 시대에, 소비를 곧바로 자선 행위로 이어준다는 것이 어찌보면 매우 그럴 듯 해 보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과연 Red Product를 구매하는 사람들 중 얼마가 아프리카의 AIDS 문제의 실상과 개선 노력에까지 진정한 관심을 가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오히려 거리 여기 저기서 빨강색이 눈에 띄는 물건들, 그것도 누구나 욕심이 날 만한 브랜드 상품들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얻어진 동질감이 주는 쾌감을 느끼면서 세상이 좀 더 좋은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착각아닌 착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척 매력적인 발상이긴 하지만요.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이러한 유형의 대규모 모금 캠페인들이 가져오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지구 상의 빈곤 문제나 AIDS 처럼 막대한 희생자를 낳고 있는 보건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고 있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돈이나 자원이 부족해서'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이 순간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는 진짜 이유일까요?


<The White Man's Burden: Why the West's Efforts to Aid the Rest Have Done So Much Ill and So Little Good (백인들의 부담: 왜 서방의 세계 나머지 사람들을 지원하려는 노력이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거의 좋은 일은 하지 못했는지>(William Easterly, 2006)라는 매우 흥미로운 제목의 책에서는, 오늘날 우리 시대의 빈곤을 둘러싼 두 가지 비극에 대해 말합니다. 그런데 유명 인사들과 정치인들은 첫번째 비극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쉽게 너무나도 거창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두번째 비극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말하죠. 첫번째 비극 바로 극심한 빈곤이 수억의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수백만명의 아이들이 쉽게 예방이 가능한 질병들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두번째 비극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묘사를 합니다.

'This is the tragedy in which the West spent $2.3 trillion on foreign aid over the last five decades and still had not managed to get twelve-cent medicines to children to prevent half of all malaria deaths. The West spent $2.3 trillion and still had not manage to get four-dollar bed nets to poor families. The West spent $2.3 trillion and still had not managed to get three dollars to each new mother to prevent five million child deaths. The West spent $2.3 trillion, and Amaretch is still carrying firewood and not going to school. It's a tragedy that so much well-meaning compassion did not bring these resutls for needy people.'

'이것은 서방 세계가 지난 50년 동안 $2.3 trillon (약 2,200조 원)를 해외 원조에 쏟아 부었는데도 여전히 말라리아로 인해 죽음을 맞는 아이들의 절반에게 12센트 짜리 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극입니다. 서방은 $2.3 trillion을 쓰고도 여전히 가난한 가정들에 4 달러 짜리 모기장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방은 $2.3 trillion을 쓰고도 여전히 모든 새로 출산을 한 어머니들에게 3 달러를 제공하지 못해서 5백만 명의 아이들의 죽음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방은 $2.3 trillion을 쓰고도 여전히 Amaretch(이 책 서두에 언급된 이티오피아의 한 가난한 가정의 소녀)는 장작을 나르느라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많은 선한 의도에서 나온 동정심들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것들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또 다른 비극인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이 두 번째 비극이 세계의 빈곤 문제에 대한 서방의 잘못된 접근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외부에서 거창한 구호와 계획을 가지고 접근하는 "Planner's 방식"이 아닌, 내부의 현실과 이니셔티브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창의적이고 융통성 있는 문제 해결 방식들을 끊임 없이 모색하는 "Searcher's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하죠. 마치 문제에 이미 정해진 답이 있고 그것을 일방적으로 실현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서방의 거만한 접근이 오늘날 제 3세계에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결과를 더 많이 가져 왔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서대교 대표가 언급을 했던 적이 있지만, BASPIA에서는 시민들의 기부가 '종착점'이 아니라 '시발점'이 되는 모금 활동 나아가 인권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Red Product와 같은 외부 중심의 모금 캠페인이 본의 아니게 가려 버릴 수 있는 내부의 현실과 근본 원인들을 주목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세계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 중 한 사람으로서 단지 빨강색 iPod나 Razr를 구매함으로써 아프리카 AIDS 환자들을 직접 돕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 사실이라면, 그 보다 더 많은 일도 우리가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Posted by BAS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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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글입니다.

    2007.01.11 04:40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