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이혜영]

제 작년 이맘때쯤 여의도를 찾아와 지금 일하는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보러 왔었다. 힘겨운 방황과 고민 끝에 내린 유학 준비 결정을 번복하고, 나는 또 다른 20대 후반의 한 젊은이와 함께 한국에서 NGO를 설립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제일 먼저 필요하다 싶은 것이 바로 사무실이었다. 어떤 이는 그냥 학교 도서관 같은 곳에서 미팅을 해나가면서 천천히 사무실을 확보해도 되지 않겠냐고 했지만,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운영해 보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에게 그에 걸 맞는 공간의 확보는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몇 백 만원의 자본금 조차 없던 상황에서, 마음에 드는 사무실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연치 않게 전에 일을 하면서 잠시 인연을 맺은 한 재미교포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우리가 사무실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자신의 친척 분이 여의도에 건물을 하나 가지고 있다면서, 작은 사무실 하나가 비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주었다.

 

여의도라 한국에서도 독특한 지리적, 사회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여의도에 NGO 사무실을 낸다? 처음에는 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지 끌리는 느낌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여의도로 향하는 올림픽 대로에서 바라다 보이는 여의도의 상징 63빌딩>

 그렇게 여의도에 첫 발을 디딘 지 이제 만 2년이 되어간다. 그 사이 여의도는 이제 단순히 일터의 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은행/금융권, 방송계, 국회 등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요소들이 밀집된 곳인 만큼, 무언가를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여의도의 63빌딩이나 LG 쌍둥이 빌딩을 볼 때마다 나는 묘한 긴장감과 설레임을 느낀다. 특히 밤늦은 시간이나 주말에도 환하게 불 켜진 여의도 곳곳의 빌딩들을 바라볼 때면 - 물론 개인적으론 야근이나 일중독은 피하고 싶지만 - 뭔가 현실 세상의 한 복판에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강한 떨림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흔히들 비영리 단체 또는 NGO라고 하면, 치열한 경쟁이나 사회적 현실과는 동떨어진 채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혀서 사는 박봉에 찌든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생각하기가 쉬울 것이다. 2년 전, 사무실을 여의도에 내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아마도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알게 모르게 했던 것 같다. 위의 돈, 언론, 정치로 대표되는 권력의 핵심 요소들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불과 실평수 8-9평 정도의 작은 사무실을 내면서, 나는 NGO가 엄연한 이 사회의 일부이고 무엇보다 그러한 권력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구조를 좀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가는 데 필수적인 존재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여의도는 한강 다리 세 개가 연결될 만큼 한강과 가까운 느낌을 주는 곳이다.>

 여의도에 있으면서 또 다른 좋은 점들로는, 가끔씩 유명 연예인들과 마주친다는 점, 값이 좀 비싸고 눈에 잘 안 띄긴 하나 맛집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점, 이라는 특성 때문이겠지만 여의도에만 무려 세 개의 한강 다리(마포, 원효, 서강)들이 연결되어 있을 만큼 한강에 인접해 있다는 점, 벗꽃축제, 불꽃축제 등 볼만한 연중 행사가 종종 열린다는 점 물론 단점도 있다. 예를 들면,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오기가 좀 불편하다는 점이다. 나처럼 여의도에서 정 반대의 서울 한쪽 끝에 사는 사람에겐 여의도는 정말 먼 나라의 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신기한 것은 매일 아침 여의도로 향하는 출근길에 느껴지는 설레임과 짜릿함이다.

이 글은 글쓴이 이혜영의 개인 블로그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blog.daum.net/ngo_ceo 도 한번 찾아 오세요!^^
Posted by BAS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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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벌써 2년이라고요? 그런가요? 이런....그 빌딩에 들어간 복잡한 이유가 있긴 하군요. ㅎㅎ

    2007.04.02 02:18 [ ADDR : EDIT/ DEL : REPLY ]
  2. 혜영

    그러게 말입니다. 출범은 11월이었지만, 입주는 5월에 했거든요. 2005년 4월에 사무실 계약하고 나서, 여든 이 넘으신 건물 관리 책임자 어르신께 들은 한마디가 기억나네요. "미스 리, 미스 리도 이제 진짜 어른이 된 거네." ^^ 5월에 입주해서 10월전까지는 저랑 서대표 외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방 구석에서 모여서 일을 했던지... 지금 생각해보니 웃음이 납니다. 사무실에 한번 놀러 오세요!

    2007.04.02 14:38 [ ADDR : EDIT/ DEL : REPLY ]
  3. 9호선 뚫리면 좀 편해질라나요? ^^ 4월 날씨 좋을때 함 찾아가겠습니다~ ㅎㅎ 이번주 윤중로 축제라길래 갈까 하다 겨우 참았어요!

    2007.04.09 04:47 [ ADDR : EDIT/ DEL : REPLY ]
  4. 예원

    이사축하드립니다. 축하할일 맞죠?ㅋ

    2007.04.13 10:29 [ ADDR : EDIT/ DEL : REPLY ]
  5. 혜영

    축하도 해주시고, 짐도 같이 날라 주시면 더욱 감사하죠^^ 좀 더 여유로운 새사무실에서 볼 날이 기대되네요~

    2007.04.14 22:13 [ ADDR : EDIT/ DEL : REPLY ]